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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기가 직장인에게 입힌 대미지(?)

제가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이미 전 국민의 컴퓨터 유저화가 된 이후라,
옛날 직장인들이 어떤 업무 시간을 보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언제 어디서나 IT기기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세상은 확실히 편리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직장인들에게 마냥 기쁘기만 한 것일까에 대하여 개인적인 생각을 좀 적어 보겠습니다.

지금 이 포스팅도 도쿄 -> 고텐바 출장 가는 버스 안에서 넷북으로 쓰고 있으니
이 포스팅의 요지와도 일치하는 시츄에이션이군요-_-

구정 연휴에 출장이나 가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해서 끄적여봅니다--;

* 한가지 기본적으로 언급해 둘 것은, 제가 반문명론자라거나-_- IT기기 알레르기가 있어서 이런 글을 쓴 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그러한 시스템이나 기기들을 긍정하는 편이지만, 단지 시대의 변화로 인해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0. 개요

장수 샐러리맨 만화인 시마 시리즈를 보면, 직장인 사무실의 변천사를 알 수 있습니다.

시마 과장 시절에는 직장인들의 책상에는 펜대와 서류 꽂이 정도 외의 다른 물건은 보기 힘들었습니다만,
부장 이후부터 PC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사 이후에는 개나소나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어디서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세상의 발전이, 직장인의 HP를 더욱 격렬하게 소모시킨다고 생각합니다(...)


1. 기본적인 일자리 감소

PC는 업무의 효율을 몇 배로 늘려 버렸습니다.

단순한 예시만 들어봐도, 과거 경리 직원이 하루종일 숫자와 씨름을 해야 매출 결산이 되었던 것도,
엑셀 양식에 숫자만 집어넣고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과거 5명의 직원이 필요했던 곳에 1명만 집어넣어도 일은 돌아가게 되었지요.

기업 입장에서야 효율이 좋아지니 만만세겠지만, 구직자 입장에선 속이 타들어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PC 사용의 숙련도에 따른 퍼포먼스 차이가 크게 나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지요.

예를 들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뽀대나게 만드는 데도,
과거 수작업-_- 시절엔 실력의 차이가 있어도 어느 정도 절대적인 시간이 걸렸던 반면,
PPT의 숙련자는 정말 무서운 속도로 뽀대나는 PT자료를 만들어 버립니다.

평범한 사람의 밥줄이 안전할 리가 없네요 네

물론 PC가 없던 시절에도 구직난과 실력차이에 의한 격렬한 경쟁은 있었습니다만,
사람의 능력을 몇 배 증폭시켜주는 PC로 인해 그것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Lv 10 전사와 Lv 50 전사의 맨몸 능력치 차이와,
Lv 50 전사가 <Lv 50 이상 착용 가능> 장비를 차고 격차를 더욱 벌린 느낌이랄까요.

(난 어째 예시도 다 이 모양이냐)


2. 개발 / 기획 / 사무직의 야근 크리

위의 직종은 백이면 백, 업무 시간에 사무실에 앉아 PC를 다루는 것이 주요 일과입니다.

PC라는 놈이 업무 외에 아무 것도 못하도록 각 잡힌 세팅이라면 문제 없겠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작금의 PC는 온라인을 베이스로 <놀 거리가 널려 있는 공간>이지요.

당연히 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업무만 하라고 지시하겠지만,
직원들 등 뒤에 감시 카메라를 달아놓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들 고만고만하게 딴짓을 하며 일을 합니다.

물론 일부 대기업은 이거저거 다 제한해 놓긴 해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대기업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_-)
사람의 잔머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놀려고 작정하면 놀 수 있게 한다고 믿습니다(...)

일을 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휴식은 필요하니 거기까진 문제가 없습니다만,
문제는 진짜로 일이 많아 야근을 할 때 발생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일이겠지만,
진짜로 바쁘면 오히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평소보다 더욱 놀이에 심취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상황을 더욱 최악으로 만들어 놓곤 합니다.

(좋게 말하면 배수의 진. 나쁘게 말하면 자포자기)

서류와 펜밖에 없는 책상에서 밤 11시까지 일밖에 못한다는 전제라면 어쨌거나 11시에 끝날 일이,
저런 상황을 만들어 밤샘을 한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사무직이 '야근 수당'을 주장하기 매우 애매하다는 것.

<책상에 앉으면 일 외에 다른 것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아닌 이상,
기업 입장에서는 저 색히들이 밤 11시까지 트윗질을 하는지 일을 하는지 판단할 근거가 없어,
야근 수당을 선뜻 내줄 수가 없고, 사무직 역시 민망해서 당당하게 요구하기 힘들기도 하지요.

(야근 식대나 주면 ㄳ라는 느낌)

하지만 실제로는 업무 대비 직원 수가 점점 줄어드는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업무 과다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정말로 PC 앞에서 놀고 먹으면서 월급만 받는 일부 패러사이트도 있습니다만)

일은 일대로 죽도록 하면서도 정작 일을 많이 했다고 주장하기 애매한,
PC가 낳은 이 시대의 슬픈 현상입니다(...)


3. 창작직의 허들 저하 / 업무 효율 크리

용어가 조금 애매한 감이 있어 정의.

창작직이란 그림이나 음악처럼,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컨텐츠를 만드는 일자리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일단 정의합니다.

예능 계열의 스킬로 무언가를 창작하기 위한 허들은 과거에 매우 높았습니다.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은 물론, 비용마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위해서 많은 것을 버려야했지요.

물론 지금도 그 허들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PC의 관련툴을 다룰 줄 알게 되기까지 걸리는 노력과 비용은,
완전히 독립된 영역에서 별도의 공부를 해야 했던 과거보다는 훨씬 적게 들어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존(...)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업계인 만큼 여전히 허들은 높습니다만,
문제는 어쨌거나 '창작 활동이 가능한 사람' 자체가 늘어나다 보니,
창작자들이 먹고 살기 더욱 치열해졌다는 느낌입니다.

더구나 이쪽 일은 단순작업이 아닌 멘탈이 받쳐줘야 일이 완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위 2번에서 언급했던 'PC로 놀거리 크리'가 터져 버리면 업무 효율은 달나라로 가 버리게 되지요(...)

'지존 레벨'의 창작자들(이른바 천재)에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만,
산업군의 대부분을 이루는 중간 레벨의 창작자들에게 있어선 각박한 환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작 저는 창작직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흐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할 수 없고.


4. 영업직의 업무 과부하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직에 전직을 거듭해 현재 영업직에 몸담고 있는 신분으로서,
솔직히 언제 어디서나 E메일을 볼 수 있는 시대를 저주하고 싶어집니다(...)

단순하게 말해, 과거 영업직은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한 사람이 하루에 수용할 수 있는 업무는 한정되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업직은 필연적으로 여기저기 이동을 하며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영업직의 업무는 사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죠.

책상 머리에 앉아서 처리해야 할 일들 역시 상당히 많은 것이 영업직인데, 특히 고객으로부터 받은 각종 연락을 정리하여 사내, 혹은 사외의 관련 실무 부서에 전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매개체가 과거에는 전화 / FAX 정도였기에,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영업직이 처리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모든 기업의 영업직이 그러하다 보니, 어느 정도 업무에 버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서나 E메일을 받을 수 있고
(실제로 저도 지금 고속버스 안에서 E메일을 처리하고 있고 ㅜㅠ)
내 몸이 어디 있든, 어디로 이동하고 있든 업무는 사무실에 있을 때와 동일하게 처리 가능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세팅이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이쪽만 느긋하게 처리할 수 없는 실정이지요.

경쟁의 법칙에 의해 주어진 환경을 풀로 이용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그런 고로 지금의 영업직은 과거보다 훨씬 정신없이 움직여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ㅜㅜ

물론 저는 아버지 세대의 영업직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지 못합니다만,
정말이지 인간적으로 최근 너무 업무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어 울분을 토해낼 겸-_- 끄적여보았습니다.

...어 ㅅㅂ 곧 도착이구나.

남은 골치아픈 E메일을 마저 처리하고 공장으로 가야겠습니다 흑흑

여기까지 읽어주신 몇 안 될 것 같은(...) 여러분들은 구정 연휴 여유롭게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ㅂ'/

by 사보텐 | 2010/02/15 12:35 | 인생살이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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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엘레시엘 at 2010/02/15 12:43
그래서 전 주말엔 절대로 회사 메일 안열어봅니다. 주말에만은 진짜 급한일 터져서 전화 오기 전까지 평화를 누릴 수 있죠. 주변에 소문이 쫙 퍼지고 나니 아무도 주말에 업무 메일을 안보내더군요(...)
Commented by 사보텐 at 2010/02/15 13:57
저도 개발할 땐 곧잘 그렇게 배를 째곤 했는데, 고객사를 상대해야 하는 영업사원이 되니 그랬다간 목이 남아나질 않게 됐습니다 ㅜㅜ

세상이 워낙 불경기다 보니, 경쟁사가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인해, 주말에도 일 터지면 대응해 줘야 경쟁에서 살아남게 되더군요--;
Commented by 아피세이아 at 2010/02/15 13:03
정말 어찌보면 힘든 세상이 된걸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사보텐 at 2010/02/15 13:57
분명 1960년도보다 편한 세상이 왔는데, 과연 사람들이 1960년도보다 맘편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는 심히 의문스럽지요
Commented by 썰린옹 at 2010/02/15 13:13
중간의 예시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아무튼 이래저래 살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전 백수라 일만 시켜주면 그저 굽신굽신할 상황이지만요, 헤헤. OTL
Commented by 사보텐 at 2010/02/15 13:59
엄친아들은 예나 지금이나 잘먹고 잘살고 있지만... 문제는 '보통 사람들'이 살아남기 너무 힘든 세상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ㅜㅜ

그런 의미에서 썰린옹님은 에로 동인계로 진출을(...)
Commented by NONAME at 2010/02/15 13:41
일의 효율이 늘어나니 여가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 꿈결같은 상상을 하던 미래학자도 몇인가 있었지요, 저명한 분들 가운데서도. 이상한 일입니다, 학자라고 해서 부의 집중이라는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지요...
Commented by 사보텐 at 2010/02/15 13:59
'일의 효율이 늘어나니 사람을 짜르고 한 사람에게 일을 더 시키면 되겠다' 라는 단순한 사장님들의 생각을 왜 학자들은 알아채지 못한 걸까요 OTL
Commented by 듀얼콜렉터 at 2010/02/15 17:00
요새 일자리를 잡기 힘든 시기에 정말 가슴에 닿아오는 글이네요, 타향이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사보텐 at 2010/03/27 11:12
살아남기 위해서 하나만 파면 되던 시절과는 달리 정신없는 세상이죠. 늦었지만 새해 인사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마아 at 2010/02/15 19:18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보텐2세도 잘 크길 바래요.
Commented by 사보텐 at 2010/03/27 11:13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삼별초 at 2010/02/15 23:00
서비스업은 그나마 자료정리나 영수증 확인하는데 많이 수월해졌죠

수백만원 짜리를 몸으로 계산한다고 생각을 하면 까마득 합니다 -_-;
Commented by 사보텐 at 2010/03/27 11:14
옛날에는 그 영수증 정리하는데만 사람 하나를 써야했고, 특출나지 않은 사람도 그거 하나만 파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일은 '기본'이고 훨씬 다양한 스킬을 보유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게 요지죠 ㅠㅠ
Commented by 지옥차 at 2010/02/16 12:19
다들 위를 쳐다보니 그렇게 되는건데.. 위를 안쳐다보면 안되는 세상이니.. 글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사보텐 at 2010/03/27 11:14
위를 노리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빡셉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상유지를 하는데만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게 작금의 시대라는 거죠 ㅎㅎ
Commented by Misfortune at 2010/02/16 16:29
주말과 국경일에는 다 함께 쉬는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퍽)
Commented by 사보텐 at 2010/03/27 11:15
법으로는 쉬라고 되어 있죠 네
Commented by 도톨밤 at 2010/03/19 15:34
공감합니다. 저희회사도 주5일제인데
월화수목금금토가 되어 있습니다.

금금금이 아닌 이유는 그나마 쉬는날도 꽤 있거든요 하루정도는 -_-

죽겠습니다. ㅜㅜ
Commented by 사보텐 at 2010/03/27 11:15
절헌. 다들 힘드시군요 ㅠㅠ
Commented by 슈퍼코색히 at 2010/03/20 14:12
점점 사보텐님이 사회비평가가 되시는듯;;;


자토스님 블로그에서는 소일거리 직장인으로 보이는데
여기서는 진중권못지않은 사회비평가ㅣ;
Commented by 사보텐 at 2010/03/27 11:15
그렇게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고 일상의 소소한 감상입니다 ㅎㅎ
Commented at 2010/03/24 12: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에일군 at 2010/10/08 06:01
상기포스팅의 예시는 생산관리에게도 적용됩니다.
영업과 생산팀 사이의 완충제 역할을 해야하는 생산관리는 기업특성에 따라 고객과의 직접적인 생산량협상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생산관리가 접니다........ㅠㅠ
영업은 주말에 배째고 푹 자면 주말근무 생산관리한테 전화하는 고객,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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