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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이카리유이

1엔 빠칭코에 대한 고찰

저는 기본적으로 금전이라는 재화의 소유권을 어느 개체에게로 이전시킬 것인지를, 지극히 간단한 룰로 결정지어 버리는 유희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 도박이라는 유희는 사고력이 있는 영장류가 서로 맞부닥쳤을 때 진정한 완성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요즘처럼 다사다망한 세상에 복수의 인원이 모여서 교류의 장을 열기란 쉽지가 않지요.

(덧붙여, 별로 다사다망하지 않은 개체의 경우, 유감스럽게도 이 유희를 즐길 수 있는 기본적인 금전 보유량의 자릿수가 다소 모자란다는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도박에 굶주려 있는 제게 있어(...), 일본의 빠칭코는 리린이 낳은 최고의 문화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지요.

물론 우리나라에도 금전 획득을 목적으로 한 전자 유희를 제공하는 공공장소가 곳곳에 있지만, 빠칭코는 그러한 기계수(...)와는 질적으로 다른 메가노이드급 머신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능. (일빠라고 해도 할 수 없다능-_-)

깊숙히 넣기만 하면 무조건 대박이었던 지극히 남성 지향적인 과거의 기계식 빠칭코가 사라진 지금, 어차피 현재의 빠칭코도 확률에 의해서 현금의 소유권이 주인이냐 손님이냐로 갈라질 뿐인 단순한 놀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장치들이 실로 절묘하게 배치되어, 빠칭코 플레이어에게 있어 세상은 자신과 눈 앞의 빠칭코 머신 외엔 없는 것이지요.

단적인 예로 마누라가 머리를 잘라도, 새 옷을 입어도, 심지어 마누라가 딴 여자로 바뀌어도 전혀 눈치 못 채는(...) 아저씨도, 빠칭코 화면에서만큼은 평소 화면보다 낙엽 한 장만 더 날아다녀도 오감을 그곳에 집중시킬 정도입니다-_-

현재 도쿄 빠칭코의 인기 최신작인 근육맨.
저딴 장난감 같은 플라스틱이 움직이면서 번쩍번쩍 빛나는 싸구려 연출은, 요즘 세상에 초딩도 거들떠 보지 않을 것 같은 오브제이지만, 여기에 한 개 4엔짜리 구슬이 걸리게 되면 다 큰 어른이 플라스틱 근육맨 팔의 움직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게 됩니다(...)

날이 갈수록 빠칭코 기기의 전자적 / 기계적 연출이 화려해지고 있어,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희가 된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돈이 안 걸리면 전 안 합니다만-_-
게다가 오덕이라면, 카오루가 에바 4호기를 타고 나와서 롱기누스 창을 던져 레이를 구해주는, 아직 에바 극장판도 개봉 안 한 시점에서 몇 년이나 먼저 이상한 장면들을 감상할 수 있슴다 ㄳ

자, 여기까진 다 좋은데...

문제는 구슬 하나가 4엔이라는 것.

이 액수는 생각 외로 살벌해서, 운이 좋지 않은 날이면 1시간도 되지 못해 1만엔 정도가 공중분해 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저기 어디 대기업의 잘 나가는 엘리트 사원 분들께서는 1시간의 1만엔 따위 유희 대금으로 지불 못하실 것도 없겠지만, 저 같은 쌈마이 인생에겐 나름 정신적 / 사회적 / 육체적 대미지가 큰 금액인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 환율에 1만엔이라니. 차라리 저보고 루비콘 강을 건너라고 하십시오)

게다가 빠칭코라는 것이 결국 운과 확률의 유희이다 보니, 뭔가 터지려면 결국 돈을 많이 넣어야 되는데, 거기까지 자금력이 닿기도 전에 지갑 안에 있는 초상화들이 바닥을 드러내기 십상이지요.

결국 위에 저렇게 신나게 빠칭코 예찬론을 털어놓은 주제에, 실질적으로 빠칭코를 하면서 금전적으로 재미를 본 케이스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몇만엔을 들이부을 수 있을 정도까지 도박꾼은 아니니까요. 어디까지나 유희로서 좋아할 뿐인지라...

그런데 얼마 전부터 성행하기 시작하는 1엔 빠칭코가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말 그대로 구슬 하나에 1엔. 1/4인 셈이죠.

단순 계산으로 하자면 같은 금액으로 4배 오래 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란 산수가 아니기 때문에, 1엔 빠칭코의 경우 4엔 빠칭코보다 미묘하게 대박이 더 잘 터집니다.

(어차피 4엔 빠칭코에 비하면 대박 금액이라고 해 봐야 보잘 것 없으니까요)


얼마 전, 재미삼아 해 본 1엔 빠칭코에서 15,000엔이라는 대박이 터졌습니다.

(무려 15연짱)

물론 4엔 빠칭코에서 대박이 터지면 8~9만엔 챙기는 케이스도 흔한 것을 생각해 보면 대박이라고 하긴 민망합니다만, 1엔 빠칭코 기준에서 보자면 상당 액수입니다.

종목은 은하철도 999 극장판... 전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 거의 모릅니다만, 15연짱 터지는 내내 스토리 다이제스트를 봤더니 내용을 거의 다 알 것 같습니다(...)

아마 앞으로의 빠칭코 인생에서도 이번 이상의 대박이 없을 것 같은데-_- 사진 한 장 못 찍어놓은 것이 심히 유감스럽지 아니할 수 없다능.


그리고 오늘.

왠지 그 날의 손맛이 그리워(...) 1엔 빠칭코를 어슬렁거려 봤습니다.

작년 4엔 시절, 최신작으로 등장해 저의 피 같은 후쿠자와 유키지 초상화 1장을 낼름 집어먹은 라이벌, 신세기 에반게리온 2가 저를 반겨 주었습니다.
근 1년 반동안 청년 중년 구분 없이, 그들이 소유하였던 후쿠자와 유키지 초상화를 집어삼켰던 이 녀석도, 어느 새 타락하여 1엔짜리가 되어 있었더라능.

도전.

에반게리온은 대박 확률이 300분의 1 정도로, 가장 낮은 축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녀석을 선호하는 이유는 -물론 본인이 소시적에 에바 오덕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만- 단순히 캐릭터를 가져온 것이 그치지 않고, 리치 화면이나 오브젝트의 움직임(특히 폭주 에바), 특수 모드의 연출 등등이 너무나도 원작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빠칭코에서 터부시되고 있는 특수 모드의 시간 제한을 부여하고, 무려 엔트리 플러그의 시간 제한 UI로 그것을 보여준다는 오덕스러움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능)

아무튼 만만하게 터지는 놈이 아니다 보니, 어느새 5천엔 정도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4엔짜리 빠칭코였으면 2만엔. 여기까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능


은하철도 999의 대박은 과거의 영광일 뿐이고, 오늘은 여기서 산화해 버리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에바가 입을 벌렸습니다.
...떴구나. 'ㅁ'

1엔 빠칭코는 구슬 색이 금색이라 그것도 맘에 듭니다. 왠지 더 비싸 보인다능

이번에도 15연짱쯤 떠서 만엔 넘게 챙기나 했더니, 안타깝게도 7연짱 정도에서 그쳐 버렸습니다 쳇
그래서 쌓인 구슬은 겨우 이 정도.

환금하면 8천엔 정도 되지만, 결국 그 전에 5천엔을 털어넣었으니 수익은 신통찮은 편-_-


은하철도 999 때 참으로 굉장했는데 말이죠. 사진을 못 찍어둔 것이 한.

대박 이후에는 확률 상승 모드로 들어가게 되는데(300분의 1 -> 30분의 1), 여기서 제가 걸렸던 모드는 아야나미 레이 각성 모드로, 모든 패널이 아야나미 레이가 되는 참으로 오덕후덕스러운 메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린 레이, 거대 레이 등등의 다양한 버전 가운데, 이카리 유이도 있습니다. 이거 기획한 놈 뭘 좀 아는 놈이라능

유이 3개가 나왔을 때 가장 많이 구슬을 챙겼던 듯


아무튼, 비록 3주 남짓의 일본 출장이지만 밤만 되면 홀로 적적한데-_- 1엔 빠칭코는 좋은 삶의 동반자가 될 것 같습니다(...)

도박 묵시록 카이지가 빨리 1엔 빠칭코로 왔으면 좋겠군요.

이상하게 카이지는 제가 가는 빠칭코마다 4엔짜리에도 없더라능.

늪을 재현해 놓은 그 용체를 영접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어딘가 카이지 빠칭코 있는 곳을 (도쿄 내에서) 발견하신 분은 제보를 ㅎㅎ


...그럼, 다음 대박 소식과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빠칭코로 딴 돈으로는... 이번에 나온 선인장색 NDSi을 지를까 기획 중이라능(...)

시마 코사쿠 DS와 함께 나온 선인장색 NDSi...

이건 같이 지르라는 신의 계시겠지효?=_=

by 사보텐 | 2009/03/21 01:49 | 대중문화(기타) | 트랙백 | 덧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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